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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전막 추상발레 ‘주얼스’ 한국 초연… 보석에서 영감

jewelin 21-10-0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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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안무가를 꼽으라면 단연 마리우스 프티파(1818~1910)와 조지 발란신(1904~1983)일 것이다. 프티파와 발란신은 각각 클래식 발레와 추상 발레로 발레의 역사를 빛냈다.
프랑스 출신으로 러시아에서 활약한 프티파는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를 토대로 그랑 파드되(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상징하는 이인무) 같은 형식미를 발레로 보여준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기 인형’ ‘돈키호테’ ‘라바야데르’ 등 클래식 발레 레퍼토리의 대부분이 19세기 제정 러시아 시절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프티파가 발레 마스터로 일하는 동안 나왔다. 오늘날까지 발레 장르가 이어지게 된 데는 프티파의 공이 지대하다.
러시아 출신으로 프랑스를 거쳐 미국에 정착한 발란신은 뉴욕시티발레단에서 클래식 발레의 테크닉을 계승하면서도 독자적으로 발전시켰다. 발란신은 평생 400개가 넘는 작품을 안무했는데, 그 대부분이 이야기가 없는 추상 발레다. 물론 추상 발레는 1907년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초연된 미하일 포킨 안무 ‘쇼피니아나’를 출발점으로 보는 데다 발레 뤼스(1909~1929)에서 포킨 등 여러 안무가가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무용수의 신체 움직임으로 음악 자체를 표현하는 ‘음악의 시각화’, 즉 신고전주의 발레로 완성해 20세기 발레에 깊은 영향을 끼친 것은 발란신이다.
한국에서 프티파의 작품은 현재 전 세계 발레단에서 자주 공연되는 인기 레퍼토리 위주로 대부분 소개된 편이다. 이에 비해 발란신의 작품은 그동안 소품 위주로 몇 편 소개되는 데 그쳤다. 그래서 국립발레단이 오는 20~24일 발란신의 걸작 중 하나이자 최초의 전막 추상 발레 ‘주얼스(Jewels)’를 공연하는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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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스’는 1967년 4월 뉴욕시티발레단이 뉴욕 링컨센터에서 초연된 3막 발레로 각 막에는 에메랄드, 루비, 다이아몬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리고 각 막은 다른 세 명의 작곡가의 음악을 사용하고 있으며 무용수들이 보석의 색깔인 초록색, 빨간색, 흰색 튀튀를 입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오페라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및 극부수음악(연극 공연 중 연주하는 곡) ‘샤일록’이 만난 1막 에메랄드는 프랑스 궁정의 귀족주의와 발레 유산의 아름다움을 그렸다. 프랑스 낭만주의 발레를 환기하기 위해 로맨틱 튀튀로 알려진 긴 치마를 입고 섬세한 팔 동작 및 스텝을 보여준다.
2막 루비는 발란신처럼 러시아 출신으로 미국에 자리잡은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카프리치오’를 사용했다. 흔히 ‘재즈 시대’로 불리는 1920~30년대 전반의 자유분방하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미국 스타일의 자유롭고 재기발랄한 동작이 그려진다.
러시아 작곡가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3번 4악장과 어우러지는 3막 다이아몬드는 발란신이 성장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발레에 대한 경의를 담았다. 차이콥스키가 ‘백조의 호수’ 등 클래식 발레 3부작의 음악을 작곡함으로써 발레 음악의 위상을 높였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에 맞춰 짧은 클래식 튀튀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엄격한 형식미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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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란신은 원래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음악으로 4막 사파이어(파란색)를 만들 계획이었으나 앞의 3개 막과 음악적으로 어울리지 않아서 취소됐다. 그런데, ‘주얼스’는 초연 당시엔 전체 제목 없이 3개의 막에만 부제가 붙은 채로 공연됐다. 이후 뉴욕 타임스의 전속 평론가 클라이브 반스가 리뷰에서 ‘주얼스’라는 제목을 제안한 것을 발란신이 받아들이면서 최종 결정됐다.
추상 발레가 짧은 소품이나 단막으로 공연되던 당시 ‘주얼스’의 등장은 뉴욕시티발레가 1964년 뉴욕 주립극장(지금의 데이비드 코흐 극장)의 상주단체가 된 것과 관련이 깊다. 뉴욕 주립극장의 객석이 약 2600석이나 되는 큰 극장이다 보니 대형 작품이 필요했던 것이다. 상주단체가 된 직후 ‘돈키호테’ ‘할리퀸’ 등 고전발레를 재안무했던 발란신은 ‘주얼스’부터 장기인 추상발레의 규모를 키웠다.
그런데, 발란신이 보석에서 작품의 아이디어를 찾은 것은 세계적인 보석 브랜드 반클리프&아펠을 세운 아펠 가문과의 인연에서 탄생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성장한 클로드 아펠은 어린 시절 열렬한 발레 애호가였던 삼촌 루이 아펠을 따라 발레 공연을 많이 봤다. 이후 미국에 진출한 반클리프&아펠은 루이와 클로드의 지휘하에 1940년대 초 발레리나 모양의 클립을 대히트시켰다. 발란신은 1950년대 전후 클로드와 친분이 생기면서 보석을 장식한 의상에 맞춰 새로운 발레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아이디어는 좀더 시간이 흘러 1966년 초 발란신이 뉴욕의 반클리프&아펠 살롱을 방문한 후 본격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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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발레에 보석의 테마를 사용한 것은 발란신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제정 러시아 시절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프티파가 ‘잠자는 숲속의 미녀’ 3막에서 금, 은, 사파이어, 다이아몬드의 요정을 출연시키는가 하면 ‘호두까기 인형’ ‘진주’ ‘대관식 발레’ 등 여러 작품에서 보석 캐릭터와 그에 따른 춤을 등장시킨 바 있다.
발란신 역시 ‘주얼스’에 앞서 보석의 테마를 사용한 적 있다. 바로 1947년 파리오페라발레가 초연한 ‘수정궁(Le Palais de Christal)’에서 비제의 Symphony in C의 4개 악장에 각각 루비, 블랙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진주의 부제를 붙인 뒤 의상에 그 색깔을 반영했다. 다만 발란신은 이듬해 뉴욕시티발레에서 이 작품을 올리면서 음악 그대로 ‘Symphony in C’라는 제목을 붙인 뒤 의상도 흑백으로 단순화시켰다. 같은 작품이지만 저작권 계약상 ‘수정궁’으로 공연하는 것은 파리오페라발레와 도쿄발레단 2개뿐이며 나머지 발레단은 ‘Symphony in C’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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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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